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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뇌수련 온라인 시대의 인간학 … 이기주의는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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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시대의 인간학 … 이기주의는 끝났다
'협력 연구' 대가 벤클러 교수 인터뷰
 
 
펭귄과 리바이어던
요차이 벤클러 지음
이현주 옮김, 반비
244쪽, 1만6500원
 
 
인간은 이기적인가, 이타적인가.
 오랫동안 세상을 지배해왔던 ‘이기심의 신화’가 깨지고 있다. 최근 10여 년 심리학·뇌과학·사회학·경제학에서 이타심과 협력에 대한 연구가 활발해지면서다. 올해 출간된 리처드 세넷(런던 정경대 사회학 교수)의 『투게더』, 애덤 그랜트(와튼 스쿨 조직심리학 교수)의 『기브 앤 테이크』도 이런 흐름을 대변한다.
 
 
하버드대 요차이 벤클러 교수는 인간의 협력관계가 빚어낼 새로운 세상을 믿는다. 그는 “우리는 지난 50년의 세월을 인간 본성에 관한 편협하고 심술궂은 시각에 입각해 시스템을 구상하는 데 바쳤다”고 비판했다. [사진 민음사]
 
 
 협력 연구 분야에서 가장 많이 인용되는 또 하나의 학자가 있다. 미 하버드대 로스쿨 버크만센터 요차이 벤클러 교수다. 위키피디아 등 온라인상에서 이뤄지는 대규모 협력 현상에 대한 연구로 명성을 쌓았다. 그의 최근작 『펭귄과 리바이어던』이 번역됐다.
 
 벤클러 교수는 신간에서 협력적인 인간을 펭귄(협력 시스템의 대표적 기업 ‘Red Hat’의 상징이 펭귄이다), 이기적인 인간을 리바이어던(토마스 홉스에서 ‘통제하는 정부’를 의미)으로 나누고, 협력 시스템이야말로 미래사회의 모델이 될 것이라고 예견했다. 현재 하버드대에서 연구하고 있는 이효석 박사(전자학 박사후연구원)가 벤클러 교수의 연구실을 방문했다.
 
 -이기적 인간형을 ‘보이지 않는 손’ ‘리바이어던’으로 표현했다.
 
 “토마스 홉스의 『리바이어던』은 서양 정치이론서 중 가장 중요한 책 중 하나다. 조화된 사회가 없다면, 이 세상은 자연 그대로의 야만 상태가 될 것이라고 했다. 홉스가 제시한 정부와 시민들의 계약 개념은, 신이 왕에게 권력을 주었다는 당대 가치관을 뛰어넘은 혁신적 사고였다. 제목에 리바이어던을 넣은 것은, 우리는 중앙정부의 통제 없이도 사회적 동기에 의해 협력을 이룰 수 있다는 내 생각과 대비되기 때문이다.”
 
 -협력적인 인간이 왜 21세기에 새롭게 등장하게 됐나.
 
 “지난 20여 년 디지털 네트워크 혁명은 예전에 생산과 부(富)의 핵심에서 비껴났던 활동들, 즉 친구와의 대화, 사진교환 같은 행동들을 경제의 한복판으로 끌어들였다.”
 저자는 처벌과 보상, 소위 채찍과 당근은 무언가를 하려는 우리의 의욕을 되레 꺾는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스웨덴의 최근 연구에 따르면, 헌혈의 대가로 돈을 지급하자 여성의 헌혈이 크게 줄었다고 한다. 그런데 헌혈로 받은 돈을 아동 보건 관련 재단에 기부할 수 있도록 하자 헌혈자 수가 원래의 수준으로 다시 높아졌다.”(169쪽)
 그는 또 지난 15년 간 ‘리바이어던’에 대한 ‘펭귄’의 승리를 완벽하게 증명한 산업으로 음반업계를 꼽았다. 2007년 영국의 록그룹 라디오헤드의 마케팅 실험을 대표적 사례로 들었다. 라디오헤드는 ‘인 레인보스(In Rainbows)’ 앨범을 온라인에서만 발매해 유저들이 가격을 자발적으로 지불하게 했는데, 추정에 따르면 팬들의 3분의 2가 5~15달러를 지불했다.
 
 -협력의 조건 중 가장 중요한 것은.
 
 “협력을 이끄는 근본적 본능은 상호성(reciprocity)이다. 이 책을 내고 난 뒤, 나와 동료들은 위키피디아에 큰 기여를 한 이들이 상호성과 공평성(fairness)에 대한 욕구가 매우 강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런 상호성은 곧 공평성의 한 종류다.”
 그는 “인간에게는 공평하게 대우받고자 하는 욕구가 있다. 사람들이 효과적으로 협력하는 시스템을 수립하고자 한다면, 단순히 보상과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그 시스템이 얼마나 공평한지에 대해서도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온라인 문화는 선진국에서 활발하다. 선진국이 더 협력적인가.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 외부인(stranger)들과 신뢰를 통해 공공의 가치를 잘 만들어 낼 수 있는 사회가 역시 높은 정도의 협력 시스템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이런 면에서 사회적 신뢰가 발전의 선결 조건이라고 말할 수도 있다.”
 
 -계약의 두 주체 사이에 일방적 권력관계가 있다면 협력에 한계가 있을 텐데.
 
 “80년대 중반 이후로, 혁신은 노동자 및 하청업체와 협력하는 기업들로부터 나왔다. 혁신이 필요할수록 자신들의 협력업체와 보다 협력적인 관계를 유지하는 회사들이 더 뛰어난 결과를 보이게 된다. 기업들이 매우 수직적인 산업구조를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하려면 협력업체와 진정한 협력관계를 가지는 것이 유리하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조직들이 ‘협력의 시스템’으로 나아가려고 할 때 가장 어려운 점은.
 
 “수직적 의사결정 구조를 가진 조직에서 리더가 어떤 변화와 혁신을 추구할 때, 이 변화가 중간관리자들에게 제대로 전달되는 것은 매우 어렵다. 이들은 통제에 익숙해 있을 수도 있고, 경쟁에 치여 있을 수도 있다. 이들이 실제 협력적 시스템을 만들어야 할 사람들이라는 점에서, 이것은 불가능하지는 않지만 매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정리=이은주 기자
만난 사람=이효석 하버드대 연구원
[중앙일보]  2013.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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