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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에 관한 '친절'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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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에 관한 '친절'한 이야기   


    

 
어느 한 여자가 여행을 가기 위해 공항에 도착하였습니다. 바쁜 업무에 치이며 살다가 오랜만에 얻은 휴가 여행을 앞두고 설레는 가슴을 안고 공항에 도착하였지만 기쁨도 잠시. 기상 상태의 악화로 비행기 이륙이 몇 시간 연기된다는 방송이 나왔습니다.
 
 
여자는 실망스러웠지만 곧 날씨가 풀리면 비행기는 예정대로 출발을 할 테고, 머지않아 멋진 여행 장소에 도착할 거란 생각으로 위안을 삼아 집에서 가져온 책을 읽으며 느긋하게 기다리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아침부터 짐을 챙기느라 끼니를 챙겨 먹지 못한 여자는 때마침 눈에 띤 공항 내 매점에서 쿠키 한 봉지를 구입하였습니다. 여자는 대기 중인 여객들을 위한 벤치에 앉아 방금 산 쿠키 봉지를 옆자리에 두고 책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잠시 후 여자가 한참 책을 읽다가 쿠키를 한 조각 먹으려고 봉지에 손을 집어넣은 순간, 다른 사람의 손이 만져지자 깜짝 놀란 여자는 옆자리를 쳐다보았습니다.
 
그녀의 옆자리에는 웬 낯선 한 남자가 자신을 바라보며 온화한 미소를 짓고 있었고, 그의 한 쪽 손이 그녀의 쿠키 봉지 속으로 들어가 있었습니다.
 
여자는 당황스럽고 기가 막혔지만 너무나 뻔뻔한 남자의 태도에 뭐라고 당장 할 말 조차 떠오르지 않아 그냥 봉지 속에서 쿠키를 한 조각 꺼내 먹었습니다. 그러자 남자도 태연하게 봉지 속에서 쿠키를 꺼내더니 맛있게 먹는 거였습니다.
 
‘뭐 저런 남자가 다 있어.’
 
여자는 이렇게 생각하고 잠시 후 쿠키 한 조각을 더 먹기 위해 봉지 속에 손을 집어넣었습니다. 그러자 다시 그 남자의 손이 만져졌고 이번에도 남자는 여자를 바라보며 미소를 지어보였습니다.
 
마치 자신의 쿠키를 갖고 선심을 쓰는 양 먼저 빼가라는 제스처를 취한 뒤 여자가 쿠키 하나를 꺼내들자 남자 또한 다시 한 조각을 꺼내어 먹는 거였습니다.
 
‘정말 뻔뻔하기가 그지없네.’
 
여자는 불쾌하였지만 간만에 신나는 여행을 앞두고 쿠키 몇 조각 때문에 기분을 망치는 게 싫어 꾹꾹 참았습니다.
 
그렇게 몇 번을 반복하며 남녀는 쿠키 한 조각씩을 꺼내먹다가 마침내 두 사람의 손이 다시 한 번 동시에 쿠키 봉지 속으로 들어갔고, 두 사람은 곧바로 봉지 속에 남은 쿠키가 단 한 조각 뿐이라는 걸 눈치 챘습니다.
 
두 사람은 잠시 서로의 눈치를 보다가 남자가 먼저 쿠키를 꺼내어 들더니 쿠키를 반으로 툭 자르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더니 마치 선심이나 베푸는 양 여자에게 반 조각을 건네주는 거였습니다. 남자의 몰상식함에 이미 어느 정도 체념을 한 여자는 남자의 손에서 다소 퉁명스럽게 쿠키를 가로챈 뒤 신경질을 부리듯 쿠키를 아그작 아그작 씹었습니다.
 
바로 그때, 이윽고 여자의 여행 목적지행 비행기가 곧 출발할 것이라는 방송이 공항에 울려 퍼졌습니다.
 
그러자 옆에 앉아 있던 남자가 자리에서 일어서더니 여자에게
 
“즐거운 여행 되세요.”
 
한 마디를 남기고 유유히 사라졌습니다.
 
 
‘와~~무슨 저런 인간이 다 있어.’
 
여자는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자신의 짐을 챙겨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할 때, 그녀의 짐가방의 조금 벌어진 틈에서 무언가가 눈에 띠었습니다.
 
‘이게 뭐지?’하고 가방을 열어보자 그 속에는 아까 산 그녀의 쿠키 봉지가 새것인 상태로 들어 있는 것이었습니다.
 
여자는 옆자리 남자의 친절했던 미소가 떠오르면서 자신이 너무 부끄러워진 나머지 한참을 그 자리에 서서 발걸음을 떼지 못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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